서울 종로 3가의 오랜 상징인 피카디리 극장 옆에는 오랜 세월의 맛을 품고 있는 노포, 영춘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85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종로의 역사와 수많은 추억이 깃든 공간입니다. 한때 단성사와 피카디리 두 영화관을 찾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따끈한 설렁탕 한 그릇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육수의 맛,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하루 한정으로만 내놓는 소뼈다귀 별미까지, 영춘옥만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피가디리 극장과 종로 3가의 추억
종로 3가는 한때 서울의 중심지로, 극장과 다방, 맛집이 골목마다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 한가운데 있었던 피가디리 극장은 1970~80년대 한국 영화 황금기를 대표하던 명소였습니다 영화를 본 뒤 자연스레 근처 식당을 찾던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영춘옥입니다. 영춘옥은 무려 85년 동안 변함없이 피가디리 극장 옆 골목을 지키며, 종로의 오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허름하지만 정감 가는 간판, 손때 묻은 나무 의자, 벽에 빼곡히 걸린 흑백 사진들에는 이곳의 긴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피가디리 극장의 흔적도 사라졌지만, 영춘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전히 그 시절 추억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세월의 깊이를 품은 단골손님들이 "옛날엔 영화 보고 꼭 여기 들렀지"라며 옛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어떤 미식 경험보다 더 진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세월을 담은 노포의 품격
영춘옥은 그저 오래된 식당이 아닙니다. 이곳은 ‘노포’라는 말이 정말로 어울리는 곳이죠. 8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였고, 그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손님들을 이끌어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고 조금은 이색적인 분위기일 수 있지만, 한 번 찾아오면 계속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고유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직원들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 꾸밈없이 정직한 서비스, 그리고 오래도록 이어져온 맛의 전통에는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진한 정이 배어 있습니다.

영춘옥은 종로3가에서 오랜 변화의 물결을 견디며 자리를 지켜온 몇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낡은 건물과 함께 도시의 기억을 품고 있는 종로 3가의 대표 노포 맛집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곳은 서울의 근현대사와 함께 숨 쉬어온 공간이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다리 같은 존재입니다.
영춘옥의 대표 메뉴, 설렁탕의 깊은 맛
영춘옥의 대표 메뉴는 단연 설렁탕입니다. 투박한 그릇에 담긴 뽀얀 국물은 오랜 시간 끓여낸 사골의 진한 향을 품고 있습니다. 한입 맛보면 깊고 묵직한 감칠맛이 입안을 감싸며,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그 풍미가 한층 살아납니다. 이곳의 설렁탕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합니다.

사골과 고기를 정성껏 고아낸 육수는 매일 새벽부터 준비되어, 국물 속에는 장인의 손끝이 느껴집니다. 밥을 말아 함께 먹는 순간, 단순한 식사가 아닌 위로의 한 끼가 됩니다.


반찬은 소박하지만 어머니 손맛이 살아 있는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다진 파를 곁들이면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이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영춘옥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꾸밈없이 본질에 충실한 맛, 그것이 수십 년 동안 이곳을 찾는 이유입니다.
단골들만 먹는 별미 한정 판매 소뼈다귀탕
소뼈다귀탕은 아마도 국물 육수를 내기 위해 끓인 소뼈를 따로 판매하는 것 같다. 한정 판매라는 점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인기 있고 별미인 메뉴인데도 판매량을 늘리지 않는 걸 보면, 아마 육수를 내고 남은 소뼈라서 한정된 수량만 나오는 듯하다. 그래서 더 귀하고, 어쩌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보다도, 맑은 국물에 소뼈에 붙은 고기를 하나하나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주 한잔 곁들이면서 소뼈를 뜯는 게 바로 소뼈다귀탕만의 매력이다. 영춘옥을 찾으면 가끔 운이 좋아야만 맛볼 수 있는 메뉴라, 영춘옥 하면 자연스럽게 소뼈다귀탕이 떠오른다. 한정 판매라 저녁 늦게 가면 이미 다 팔려 못 먹는 경우도 많다.
결론
피가디리 극장이 사라진 자리엔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영춘옥입니다. 이곳 설렁탕 한 그릇에는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종로 3가 만의 역사와 푸근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시간이 흘러도 이런 맛과 정취는 쉽게 변하지 않는 듯해요. 종로를 걷다 문득 발걸음이 멈춘다면, 피가디리 옛터에 자리한 영춘옥에서 뜨끈한 국물 한 숟갈을 드셔 보세요. 한입 먹는 순간,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https://maps.app.goo.gl/gdsoe1WGXJcEYich6
영춘옥 · 서울특별시 종로구 돈화문로5가길 13
★★★★☆ · 곰탕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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